Page 81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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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조주선趙州禪에 든다.
송근거고소松根去古蘇 석안병영천石眼迸靈泉
쾌변불이득快便不易得 친제조노선親提趙老禪
- 「다천茶泉」
직접 다천茶泉을 파기도 했으며, 소나무 뿌리가 뻗은 곳의 이끼를 들추
자 돌샘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다천茶泉의 돌 눈’이라고 표현하였던 혜
심이다. 선사는 돌샘의 물을 길어다 차를 끓여 마시며 그 맛과 향으로 인
하여 맑은 정신을 잃지 않고, 조주선趙州禪을 실천해 본다고 하였다. 이는
곧 다선일여茶禪一如를 말한다. 혜심이 얼마나 조주차를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차별이 끊어지고 대립이 없는 원융의 선적禪的사유
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혜심은 차를 통해 스스로를 반조하고 본래심을
찾고자 함은 물론, 중생을 깨우치고자 하였다. 요컨대 마음에 ‘번거로운 옷’
을 걸치지 않아 스스로의 호를 무의자無衣子라 했던 혜심은 선심과 시심의
절묘한 조화로 한국선시의 발흥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여 새해 벽
두에 고도의 상징성과 함축, 직관으로 표현되는 선사들의 주옥같은 선시
를 읽고 감상하는 것은 잃어버린 ‘참나’를 찾고, 번다한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힐링’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백원기 문학평론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전 국제포교사회 회장, 전 한국동
서비교문학회 부회장. 저서로 『선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 설화와 마음치유』, 『숲 명상시의 이
해와 마음치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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