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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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줄이 팽팽하지도(고행주의) 느슨하지도(쾌락주의) 않은 상황에서 비로소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듯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조화로
운 경계 속에서 중도는 구현되는 것이다. 잎과 꽃을 보면 목련은 분명 감
나무와 연꽃의 모습이지만, 전체로서 보면 감나무도 아니고 연꽃도 아닌
목련인 것이다. 혜심은 감나무도 아니고 연꽃도 아닌 이러한 목련의 모습
에서 중도의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적으로 멋지게 형상화하고 있다.
대나무를 유난히 좋아했던 혜심이다. 한결같은 푸름을 자랑하는 대숲을
스치는 맑고 그윽한 바람소리에서 수행자의 기상과 품격을 읽어내는 혜심
은 대나무의 곧음이 주는 청정함과 속 빔을 절개와 허심虛心으로 의인화 하
여 찬탄한다.
내가 대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음이라.
서리 겪을수록 절개 더욱 굳세고
세월 깊을수록 마음은 비는구나.
달빛 아래 맑은 그림자 만들어내며,
부처님의 말씀을 바람에 전하고,
머리에 하얗게 흰 눈을 이고
숲속에 빼어난 자태 드러내기 때문이라.
아애죽존자我愛竹尊者 불용한서침不容寒暑侵
경상미려절經霜彌勵節 종일자허심終日自虛心
월하분청영月下分淸影 풍전송범음風前送梵音
교연두재설皎然頭載雪 표치생총림標致生叢林
- 「죽존자竹尊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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