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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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식을 심화시키고 지혜를 성장케 하는 대화가
            될까? 화엄에서는 위에서 예로 든 두 가지 방식 모두를 활용한다. 법계연
            기를 설명하는 ‘차정遮情’과 ‘표덕表德’이 바로 그것이다. 두순은 대연기법

            계大緣起法界라는 화엄삼매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편을 활용한다. 그 중에 언어적 문답을 통해 진리로 인도하는 방법이 차
            정과 표덕이다.
              차정이란 ‘뜻을 막는다.’는 의미로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라 부정적 반문

            을 통해 상대를 진리로 인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표덕이란 ‘덕을 드러낸

            다.’는 의미로 긍정을 통해 화자의 진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심화시키
            는 것이다. 차정이 부정을 통해 상대를 근원적 영역으로 인식을 확장시키
            는 방식이라면 표덕은 긍정을 통해 사유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방식인 셈

            이다.



              차정遮情 - 뜻을 막는다



              『화엄오교지관』에 따르면 차정의 방식은 연기법에 대한 네 가지 주제에

            대한 응답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연기는 있는 가[유有]?’라는 물음
            에 아니라며 부정한다. 부처님은 연기법을 깨닫고, 모든 존재는 연기라고
            했는데 연기법이 없다고 부정한다. 여기서 화자는 ‘연기법은 있다’는 고착

            화된 생각이 해체되고 새로운 영역으로 인식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 직

            면한다.
              연기법이 없다고 부정한 이유는 ‘연기는 자성이 없는 공[공성즉공無性卽空]’
            이기 때문이다. 연기법은 개체의 무아無我와 관계로 성립하는 존재의 실상

            에 대한 교설이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성품, 즉 자성이 없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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