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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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69 - 차정과 표덕
부정을 통한 인식의 확장, 긍정을 통한 의미의 심화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사람들에게 대화는 감정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이다. 묻고 답
하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고 인식의 영역은 확장된다. 붓다
역시 묻고 답하는 대화를 통해 진리를 전했으며, 역대 조사들도 문답을 통
해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했다. 여기서 대화는 일상적 감정의 소통이
아니라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가 일상적 감정의 소통이 아니라 지혜를 여는 문이 되려
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첫째는 상대방이 하는 말의 논지를 부정하며 허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화자의 오류를 깨닫게 하고 대
화가 진행될수록 논리가 보완되고 논지가 단단해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
은 자칫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고 때로는 논쟁으로 비화되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긍정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사람
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긍정해주면 좋아한다. 타인으로부
터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존감도 높아진다. 그러나 무조건 옳다
고 긍정하면 사유가 깊어지거나 논리가 정교해지지 못한다. 자기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
서 상대의 이야기를 무조건 긍정하는 것만이 좋은 대화나 문답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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