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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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개체들은 비록 실체는 아니지만 거짓 존재 즉 ‘환유로 존재함으로 없는
            것이 아님[환유불무幻有不無]’으로 연기는 있다.
              둘째, ‘연기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역시 그렇다고 긍정한다. 모든

            존재들은 개별적 실체가 없으며 자신만의 ‘자성이 없는 텅 빈 공[무성즉공無

            性卽空]’이다. 따라서 연기란 없는가라는 물에 대해 실체로서 연기란 없으므
            로 그렇다고 답한다. 여기서 화자는 개체의 공성을 깨닫게 된다.
              셋째, ‘연기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역시 그렇다

            고 긍정한다. 개체의 본성은 텅 비어 있지만 환유로써 있음으로 유이고, 개

            별적 존재의 자성을 찾아보면 텅 비어 있음으로 무이다. 그래서 연기는 있
            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역유역무는 긍정된다. 이처럼 연기는 ‘유와 공
            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불애양존不碍兩存]’.

              넷째, ‘연기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그렇

            다고 긍정한다. 있음의 본질을 보면 공함으로 비유이고, 공의 현상을 보면
            환유로서 존재함으로 비공이다. 따라서 색과 공이 쌍으로 ‘서로의 모습을
            빼앗아 둘 다 없어짐[호탈쌍민互奪雙泯]’으로 연기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

            도 아니기 때문이다.



              차표원융遮表圓融 - 구름이 걷히면 해가 나타나듯



              표덕에서는 모든 것을 긍정하는 것이므로 유有라 해도 맞고, 무無라 해

            도 맞으며, 역유역무亦有亦無라 해도 맞고, 비유비무非有非無라 해도 맞다.
            상대의 인식을 긍정하면서 그의 진술이 담고 있는 의미를 확장시키고, 넓
            혀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차정과 표덕은 부정과 긍정이라는 상반된 입장

            이지만 그것이 의도하는 목표는 모두 진리로 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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