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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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4분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견분이 현재의 상분을 지향하
는(연緣하는) 것은 지각이다. 2) 견분이 과거의 상분 및 이와 결부된 과거의
견분을 지향하는 것은 기억이다. 3) 자증분이 현재의 견분을 지향하는 것
은 반영이다. 4) 증자증분이 (자증분이 반영하며 저장하는) 현재의 견분을 지향
하는 것은 반성이다. 5) 그런데 현장에 따르면, 자증분은 견분만이 아니라
증자증분도 지향한다. 이는 대체 무슨 의미인가?
이는 자증분이 견분만이 아니라 증자증분도 반영하며 저장한다는 의미
이다. 자증분은 (견분의) 지각작용은 물론 (견분의) 기억작용도 저장하고, 현
재의 견분을 반성하는 증자증분의 작용, 곧 증자증분의 반조작용도 저장
한다. 반조작용의 저장이 반복될수록, 반조작용은 이전보다 쉽게 활성화
될 수 있다. 달리 말해, 반조작용이 반복될수록 반조작용이 습성화되는 이
유는 자증분이 매번의 반조작용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후설은 어떤 능동
작용actus의 지속적 수행은 그 능동작용을 습득성Habitualität으로 되게 하
고, 더 나아가 자아의 인격적 속성으로 되게 한다고 말한다. 자아의 속성
이 달라진다는 것은 자아가 자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지눌이
“반조의 노력”을 통해 “원조”(원만한 관조)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은 반조를
습득성으로 갖추게 되면 저절로 원조에 이르게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습
관이 제2의 천성이 된다는 취지의 말은 고려시대의 지눌과 현대 현상학자
인 후설에게서 함께 나타난다. 진리는 고금에 두루 통하기 때문일 것이
다.
정은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철학박사, 성균관대 철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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