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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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보기도 하고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중국
을 비롯한 동양 삼국은 이들 삼론과 사론에 근거하여 용수의 중관사상과
반야사상을 연구하여 삼론학을 수립하였다는 것이다.
중국 및 한국에서 성립된 십 수가지 불교의 학파 또는 종파를 바라보는
시각은 근현대 이후 많이 바뀌고 있다. 인도에서 대승불교로는 중관학中觀
學이 최초로 성립되었고, 그 이후 유식학唯識學이 보강되었으며, 나중에 밀
교密敎가 등장한 정도에 불과하다. 선종·정토종·화엄종·천태종 같은
것은 인도에서 성립된 적이 없고, 모두 후대에 중국에서 성립되고, 한국과
일본에 전파된 종파들이다. 물론 삼론학도 마찬가지다. 중국불교만 놓고
교학적으로 논하자면 삼론학은 천태종天台宗이나 화엄종華嚴宗의 원융무애
한 교학에 저만치 밀려나 있고, 실천 수행적으로 말하자면 선종禪宗의 투
철한 가풍 앞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삼론학은 중국의 여타의 학
파에서 볼 수 없는 중요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삼론학은 인도 초기 중관
학파의 세 가지 네 가지 논서와 『대품반야경』 등을 중심 경론으로 삼아 대
승의 공사상과 반야사상을 연찬한 점에서, 인도의 중관학을 계승하여 중
국적으로 전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중국 장안에 도착한 구자국龜玆國 출신 구마라집은 삼론 사론을 한역
하였고, 삼론학의 소의 경전에 해당하는 『소품반야경』과 『대품반야경』, 그
리고 『금강경』도 역출하였다. 그 전에도 다른 역경승에 의하여 이 계통의
반야경들이 한역되었지만, 번역문이 충실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중국인들
의 반야와 공사상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여, 위진남북조 시대에 노장사상
같은 것을 차용하여 이해하는 이른 바 격의불교가 발생하였다. 당시의 많
은 학자들이 구마라집의 삼론 번역에 힘입어 그러한 병폐를 고치고 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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