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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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귀속되고 말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공안을 정리 해석하는 과

           정에 더욱 정교한 언어적 장치, 즉 대어代語·별어別語·평창評唱·염고拈
                               30)
           古·송고頌古·수시垂示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공안과 화두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공안이
           화두고, 화두가 공안이라고 뭉뚱그려 보는 것은 정확한 게 아니다. 공안

           의 한 부분, 즉 스승이 학인의 물음에 대답하는 말이 바로 ‘화두話頭’다.
           화두를 궁구窮究하는 대상으로 삼는 수행법이 소위 간화선이다. 따라서

           언어를 통해 언어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자 고안된 것이 화두話頭다. 화
           두가 발전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사구死句와 활구活句라는 말도 등장했다.

           논리적인 말은 ‘사구’, 논리가 통하지 않는 말은 ‘활구’다. 시간이 흘러감
           에 따라 활구는 의미를 찾기 힘든 ‘무의어無義語’로 변했다가, 완전히 상식

           을 벗어난, 보통 사람은 생각해 낼 수 없는 ‘격외구格外句’로 흘러갔다. 소
           위 ‘격외도리格外道理’는 통상 시詩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선

           의 종착역은 시詩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이 활구든, 무의어든, 격외구
           든 게송으로 표현되고, 상식을 벗어난 말로 표현되는 한 넓은 의미의 시

           이기 때문에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선과 시, 시와 선
           은 차이점도 있지만 닮은 점도 상당히 많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은유적이고 압축적이며 상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서술敍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 선사상의 발전은 ‘언어(언어 표현)의 발전사’라고 다소

           ‘거칠게’ 말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깨달음을 언어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언어로 드러낼 수는 있다. 언어라






           30) 이들 각각의 상세한 의미에 대해서는 불교사전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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