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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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표층의 마음]과 깊은 곳에 침잠해서 드러나지 않는 마음[잠재된 마음, 심층
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아련하게 확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잠재된 마
음을 요가수행자들은 수행을 통해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구
체적으로 이름 붙여, 우리도 알 수 있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유식불교에서는 현재 드러나 작동하고 있는 마음[현재심顯在心]을 안식·
이식·비식·설식·신식[전오식前五識]과 제6 의식이라고 하고, 깊은 곳에
침잠해서 드러나지 않는 마음[잠재심潛在心]을 말나식과 아뢰야식이라고 하
였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침해 있는 말나식과 아뢰야식을 발견한 것은
1)
깊은 수행을 체험한 요가수행자[yogacārin, 요가를 실천하는 자]였습니다. 그
중에 아뢰야식은 전오식, 의식, 말나식의 7가지 식[마음]을 생기시키고,
내 몸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며, 자연을 생성시키고 유지시키는 가장 근
2)
본적인 마음입니다. 그래서 유식에서는 심[마음]=식뿐[유식唯識]이라고 주
장하는 것이며, 그 식識중에서도 근본은 아뢰야식이라고 합니다.
사족일지 모르지만 심[마음]과 식識에 대한 설명을 보충하고자 합니
다. 제가 앞에서 마음[心, citta]=식(識, vijñapti)으로 표현했습니다. 왜냐하
3)
면 세친 보살의 저작인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에서 “심(心, citta) 과 의(意,
1) 말나식과 아뢰야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2) 아뢰야식이 근본식인 이유를 『유식삼십송』의 주석서인 『유식삼십송석』에서는 “‘아뢰야식’이 안식 등의
전오식을 존재하게 하는 종자의 의지처이며 (모든 식은) 그것(아뢰야식)으로부터 생기하기 때문이다. 그리
고 <아뢰야식이> 모든 중생류를 출생시키고, 지속시키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3) 심(心·心王)이란 범어 치타citta의 번역이다. ‘생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며, 동사어근 √cit(생각하다)에
과거수동분사(ta)를 첨가하여 명사로 만들었다. ‘citta’는 ‘<업을> 쌓다(ci), <종자가> 집적되다(√cita),
<대상 등이> 갖가지(√citra)’의 뜻이 있다. 부파불교에서는 주로 ‘쌓다·집적되다’, 유식불교에서는 ‘집
적되다·갖가지의’의 의미로 사용한다. 어원적으로 바른 어근은 ‘생각하다’(√cit)이다. 또한 심을 심소
心所와 대조하는 의미로 심왕心王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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