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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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눈으로 보는 사물과 귀로 듣는 소리는 그를 미혹시키지 못한다. 이는

            성인이 만물의 성공性空을 체득體得했기에, 사물이 그의 정신을 구속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③ 따라서 성인은 반야지혜로 만물을 인식해 진

            제[진리]와 완전히 일치하기에 ‘막혀 통하지 않음’이 없고, 만물에 공통된
            본성을 살펴 사물을 관찰하므로 그 인식이 순조롭고 적합하다. 막혀 통

            하지 않음이 없기에 진제와 속제가 섞여 있어도 중도를 파악하고, 그 인
            식이 순조롭고 적합하므로 사물을 인식할 때마다 진리와 하나가 된다. ④

            이처럼, 만물의 모양이 서로 달라도 그 본성은 다르지 않다. 본성이 다르
            지 않기에 모양이 진정한 모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습이 ‘진정한 모

            양’이 아니므로, 모양은 ‘진실한 모습’이 아닌 것이다.


                                          88)
                               87)
                                                                     90)
                                                        89)
              [3] ① 然則物我同根 , 是非一氣 , 潛微幽隱, 殆 非群情之所盡 . 故
                          92)
                                                     93)
                                                               94)
                91)
            頃爾 談論, 至於 虛宗, 每有不同. 以不同而適 同, 有何物 而可同哉?







            87)  가장 많이 도가적으로 해석되고 오해되는 구절 가운데 하나다. 물物은 외경(인식대상)을, 아는 자아 즉

              반야지혜(인식주체)를 말한다. 동근同根은 완전히 일치한다는 뜻. 만물의 본성도 공적空寂하고, 반야도
              공적하므로 만물과 반야의 본성은 공적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일치한다는 의미다.
            88)  시비是非는 진제(진실한 경계)와 속제(현상)를 말하며, 일기一氣는 일치한다는 뜻.

            89)  ‘태殆’는 ‘결코’라는 의미의 부사다.

            90)  진盡은 완전한 이해를 말한다.

            91)  ‘경이頃爾’는 ①최근에 ②이제, 방금 등의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①번의 뜻으로 보았다.


            92)  ‘지어至於’는 동사로 ‘…정도에 이르다, 결과에 달하다’. 개사(介詞. 전치사)로 ‘…로 말하면, …에 관해서
              는, …에 대해서는’ 등의 뜻이 있다.
            93)  적適은 동사로 가다·이르다는 의미다.


            94)  물物은 사물이 아닌 관점·견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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