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P. 146
이라는 개념)이지만 공空한 것이다. 사람들이 연필을 연필이라 불러줘 ‘연
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에 ‘연필이라는 개념’은 공한 것이라는 주장이
다. 이는 공사상을 불완전하게 이해한 것이다.] 무릇 색이라는 것은 단
지 그 자체가 색일 따름이지 어찌 색을 색이라 부른 후에야 색이 되겠는
가?[연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색이지 사람들이 연필이라 불러줘야 비로
소 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색종은 (개념화 된) 색이 스스로 색이 아님
을 말했을 뿐 색色[개념화된 색이 아닌 만물萬物]이 ‘색이 아닌 이치[성공
性空]’를 깨닫지 못했다. ④[3] 본무종은 실제적으로 무無를 많이 숭상하고
좋아한다. 사물에 대해 말을 하면 무無를 존경하고 앞세운다. 그래서 (경
전에서) ‘비유非有’라고 말하면 ‘있음[유有]이 없다’로, ‘비무非無’라고 하면
‘없음[무無]이 없다’로 파악한다. 경전의 본래 의미를 찾아보면 단지 비유
非有는 ‘진짜 있음’이 아닐 뿐이며, 비무非無는 ‘진짜 없음’이 아닐 따름이다
[가유假有 혹은 환유幻有가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고 있다]. 어째서 비유
라고 하면 ‘이 있음이 없다’는 것이며, 비무라고 하면 ‘저 없음이 없다’는
의미이겠는가! 본무종은 단지 무를 좋아하는 주장일 따름이다. 이것이 어
찌 사물의 실제 정황에 근거해 사물의 본성本性을 이해하는 논의論議이겠
는가! ⑤ 무릇 ‘어떤 물건의 이름’으로 ‘어떤 물건’에 ‘물건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이름이 붙은 그 물건’은 ‘물건’이 된다[어떤 물건에 꽃이라는 이
름을 붙이면 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물건은 꽃으로 부를 수 있다]. ‘어
떤 물건의 이름’으로 ‘물건이 아닌 어떤 것’에 ‘물건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비록 ‘이름이 있는 물건’이나 ‘실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
면 거북이 털 혹은 토끼 뿔 등]. 따라서 물건이라는 것은 이름이 물건에
붙었다고 그 물건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며, 이름이라는 것은 사물에
이름이 붙었다고 그 이름이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즉 (불교의)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