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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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분할해[이를 분석공分析空이라고 한다] 공의 도리를 얻는 것이겠는가?
그래서 유마힐은 “사물은 진실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일
명삼매경』에도 “사대는 공하다.”라는 말씀이 있다. 그러한 즉 경문의 글
은 비록 달라도 종합하면 그 의미는 같다. 『방광반야경』 역시 “진제의 관
점으로 보면 이루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 속제의 입장에서 보면 이루는
것도 얻는 것도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무릇 속제의 입장에서 얻음이 있
다고 말하는 것은 얻음이 없다는 것을 ‘임시로[가짜로] 말한 것[임시적인
이름]’이다. 얻음이 없다는 것은 얻음이 있다는 것의 ‘진정한 칭호[진정
한 이름]’이다. ‘진정한 칭호’이기에 비록 참이나 있음이 아니며[성공性空],
‘임시적인 이름’이기에 비록 일시적인 것이나 없는 것은 아니다[사물에 이
름은 있다. 가유假有는 있다]. 그래서 ‘참다운 것’을 말한다고 반드시 ‘있
는 것’은 아니며, ‘임시적인 것’을 이야기해도 반드시 ‘없는 것’은 아니다
[진제의 입장에서 보면 연필은 없으나(성공性空적인 존재이기에), 속제의 입
장에서 보면 연필이라는 이름에 맞는 임시적인 사물은 있다]. 두 가지 말
[진眞·위僞]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두 이치[유有·무無]가 결코
다른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경전은 “진제와 속제가 다른 것입니까? 대답
한다. ‘다르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위의 이 경전은 ‘진제는 다만 있지
않음을 밝혔고, 속제는 없지 않음을 설명한 것’이다. 진제·속제의 입장
에서 사물을 본 것이지 이제二諦라고 해 어찌 사물이 둘이 있는 것이겠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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