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P. 77

『조주록』 읽는 일요일 1



                                     서언序言



                                                               곰글 | 불교작가





              몇 년 만 더 지나가면 오십 줄이다. 불교계에서 장기근속하고 있다. 박

            봉인 편이지만 그럭저럭 안정적인 직장이다. 주로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적당히 노동하고 적당히 인내하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약속이 있으면 밖

            에서 한잔하고 없으면 집에서 한잔한다. 한번은 유력 일간지에서 근무하
            는 아는 기자와 낮술을 했다. 그들의 업종에선 으레 ‘정치’ ‘경제’ ‘산업’ ‘사

            회’ 순으로 출입처를 선호한댔다. 아무리 ‘적폐청산’입네 ‘포용국가’입네
            해도, 천하의 보배는 오랫동안 권력과 자본이었다. 상대적으로 돈 될 일

            이 적고 ‘배지’ 달기도 힘든 문화부部가 제일 인기가 없고, ‘종교’는 그 가
            운데서도 최하위로 분류된다.




              “우물안 개구리와 뱀”


              알다시피 우리 사회의 경우 개신교가 종교의 주류이며 불교는 아무래

            도 변두리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스님도 교수도 아니다. 일개 재가불자로
            서 조용하고 한미하게 살아간다. 이른바 ‘우물 안 개구리’라고 손가락질당

            하기 딱 좋은 처지다. 자기 회사의 명성을 은근히 자랑하는 그의 말투가
            딱 이 꼴이다. 열 살 터울의 한참 손윗사람인지라, 대들지 못하고 언짢은

            티를 애써 감추었다. 그냥 속으로만 말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굶어죽을



                                                                        75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