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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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한 수식어로 능변能辯을 자랑하는 혀가 있는가 하면 거친 말과 욕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혀도 있다. 아첨에 뛰어난 특기를 가진 혀가 있는
가 하면 이간질에 능하고 두말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혀가 있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면 절대로 말하지 않고 설령 상대방이 상처를 입는다
해도 쓴 충고를 마다 않는 혀가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말이든 한 번 입
밖에 나오면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성인일수록 또는
사회의 지도층일수록 말에 대한 책임감이 강조된다. 사람은 누구나 혀에
‘도끼’를 품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혀 속엔 사람을 상처내고
인격을 살해하는 살상의 무기가 숨어 있다.
최근 한 전문기관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직장 내 언어폭력에 관해 실
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발표에 따르면 직장 내에
서 직장인 67%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언어폭력의 종류는 인격
모독발언이 69.9%로 가장 많고 호통 및 반발이 62.5%, 비하적 발언이
51.9%, 협박 및 욕설이 28.9%, 거짓 소문을 퍼뜨림이 21.8% 순으로 나타
났다. 발표는 또 그렇다면 누가 직장에서 이러한 언어폭력을 일으키고 있
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직장 상사가 75%로 대부분을 차
지하고 있다. CEO나 임원도 27.9%의 수치가 언어폭력 당사자들이었고,
같은 동료들에게서도 17.2%가 언어폭력을 자행했다.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따지자면 실로 가벼이 넘겨야 할 사안이 아니다.
언어폭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심각한 정서적 상처를 남겨 모욕감과 불
쾌감, 분노와 슬픔을 유발한다.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입게 됨으로써 불암
감과 적대감을 불러오게 되고 심할 경우 자살과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매
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유명연예인이 어느 날 자
살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그 이면엔 악성 댓글, 즉 언어폭력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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