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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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군부대 내 사고도 따지고 보면 선임병들의 언어
폭력이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몇 해 전 한 부대 내에서 신병이 무기를 탈취
해 소동을 벌이게 되는 배경엔 선임병의 언어폭력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언어가 폭력으로 사용될 때엔 예기치 않게 대형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말이 지니고 있는 폭력성과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이다.
말은 무형無形의 성질을 지닌다
혀는 또한 다중성多重性의 상징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한 마디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혀다. 오죽
하면 어느 노인이 ‘말 한 번 잘못한 죄로 5백 년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
다’고 백장선사에게 실토했을까? 잘못된 말의 과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엄중 경책하는 대목이다.
단순히 혀로 내뱉는 것은 진정한 말이 아니다. 인간 사회에 있어서 말
이란 정보의 교류와 소통이라는 의사구조다. 건강한 의사소통구조를 가
지고 있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설정된다. 반면 말이
아무런 책임과 기능 없이 배설排泄로 그치게 된다면 사회는 오염되고 사
람은 상처를 입는다. 말은 무형無形의 성질을 지닌다. 그러므로 다루기가
까다롭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화和와 불화不和가 생기고 행幸과 불행
不幸으로 나뉘게 된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8년간의 사상적 논쟁을 벌였던 고봉高峯 기대승
(奇大升, 1527~1572)은 『논사록論思錄』으로 유명하다. 고봉이 경론에서 강연
한 내용으로 조선시대 임금들의 제왕학帝王學 교과서로 불린다. 고봉이
죽자 선조가 명을 내려 허봉許葑이 경연 내용에서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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