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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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있을지언정 뱀에게 잡아먹힐 일은 없단다.’

             ‘예상수명 계산기’라는 게 인터넷에 떠돈다. 유전과 과거병력, 식습관
           과 생활습관 등을 토대로 향후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추정해보는 테

           스트다. 선진국의 대명사인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검사
           란다. 심심풀이로 해봤는데 71세가 나왔다. 서구인들은 만滿 나이를 쓰

           니, 우리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72~73세일 거다. 한국인 평균수명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얼추 30년은 더 살겠구나…, 솔직히 안도했다. 한숨

           은 돌렸지만 지락至樂까지는 아니었다. 20대엔 20대만의 고민이 있었고,
           30대엔 30대만의 고충이 있었고, 40대엔 40대만의 원한이 있었다. 인생

           에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바라기도 어려운 나이이고, 바랄 수도 없는 신
           분이다. 강요된 안빈낙도安貧樂道랄까.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한다

           면 그냥 받아들이겠다. 그저 곱게 죽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견습생 시절, 어떤 어른이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무위도식’이라고 대답

           한 적이 있다.
             인생의 팔할은 면벽面壁이었다. 달마대사는 서기 5세기 초반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선종禪宗을 일으켰다. 이란 또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추
           정되는데, 그는 외국생활 초창기에 좀체 적응하지 못했다. 거칠고 이물스

           럽게 생긴데다가 특히 현지인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가
           史家들은 “달마가 하루 종일 말없이 벽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며 “사람

           들은 그를 ‘벽관壁觀’ 바라문이라고 불렀다(『경덕전등록』)”고 기록했다. 단순
           히 별명만 지어줬을까. 뒤에서 키득거리며 흉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홀로 생각하기 좋아하고 그들과 섞이고 싶지도 않았던 달마 입
           장에선 두문불출한 채 잠자코 지내는 게 최선의 처세였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벽관은 ‘종교적 수행’이라기보다 ‘현실적 자기방어’였을 공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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