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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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상즉상입相卽相入의 경지이다. 분별심이 없는 그 자리가 청매가 말하

           는 ‘일심一心’, 진여의 세계이다.
             청매는 임진왜란 때 의승장으로 출전하여 3년간 왜적과 싸워 큰 공을

           세웠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고통 받는 민초들에 대
           하여 무한한 연민과 자비심을 보이고 있는 많은 시에서 잘 묘출되고 있

           다. 그 대표적인 애민사상은 다음에서 잘 표출되고 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한 아녀자가                 봉환일부녀蓬鬟一婦女
                머리를 들고 푸른 하늘 향해 곡하네.  봉두곡창천捧頭哭蒼天

                남편이 어디서 죽은지를 모르고                부서무사소夫壻無死所
                한 자식은 세 번을 배에 오르네.              일자삼상선一子三上船

                돼지와 닭은 한 마리도 없고                 저계무일개猪鷄無一介
                마을 사람들 함께 문 앞에 서 있네.  이서입문전里胥立門前

                나락의 고통 어떻게 말할 수 없어              휴언나락고休言奈落苦
                나도 모르게 두 줄기 눈물 흘렸네.             불각쌍루현不覺雙淚懸



             백성들이 겪는 참혹한 실상과 고통의 현실을 함께 마음 아파하고 있는

           선사이다. 선당에 앉아 참선 수행에만 몰두 하지 않고 백성의 아픔을 자
           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

           다는 대목에는 중생이 아프니까 부처도 아프다는 동체대비의 생명사랑이
           잘 드러나 있다.



             백원기   문학평론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전 국제포교사회 회장, 전 한국동
             서비교문학회 부회장. 저서로 『선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 설화와 마음치유』, 『숲 명상시의 이
             해와 마음치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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