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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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는 산색과 시냇물 소리 등 모든 소리가 법문이 아닌 것이 없고,

           그대로가 청정법신이라 했다. 여기에서 푸른 산색과 시냇물 소리가 얼굴
           과 눈에 비쳐 하나로 되는 모습, 이는 곧 청정법신의 화현이다. ‘금털사

           자’는 뒤돌아봄이 없이 앞으로 내달리는 맹수의 왕이다. 그래서 가고 옴
           을 취하지 않고 머묾도 취하지 않는 행을 ‘금털사자’로 말했다. 그러나 그

           머묾이 없는 행이 그대로 고요한 법신이 됨으로 청매선사는 ‘금털사자’가
           구름에 들어간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이처럼 법신을 알고 ‘금털사자’를 알

           면 죽은 불의 차가운 재가 환히 빛날 것이다. 선사들의 비유와 상징은 상
           식을 초월하는 방편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탁월한 시적 상상력의 원천은

           관념의 틀을 벗어난 걸림 없는 선적 사유에 있다. ‘불성’은 마음 밖에 있
           지 않다. 중생들은 그것도 모르고 밖에서만 찾으려 한다. 이에 대해 청매

           는 다음의 시 「외멱外覓」에서 범부가 한 마음을 돌리면 지금 여기에서 각
           자의 본심에 갖추어진 불성을 각성할 수 있다고 설하고 있다.



                가난하고 부유하며 귀하고 천함을                 빈부여귀천貧富與貴賤

                앞 세상 지은 것이라 말하지 말라.               막언전세작莫言前世作
                순임금은 역산에서 밭을 갈았고                  순유역산경舜有歷山耕

                부열은 부암에서 집을 지었다.                  설내축전암說乃築傳巖
                왕후와 장군 재상이                        왕후여장장王侯與將相

                본래 없는 종족이니,                       본래무종족本來無種族
                범부가 만약 마음을 돌리면                    범인약회심凡人若回心

                현세에 성불하리라.                        현세즉성불現世卽成佛



             빈부귀천을 전생에 지은 것이라 말하지 말라는 선사이다. 몰록 깨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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