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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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손실은 보았지만 돈은 다시 벌면 되는 것이고, 해보고 싶은 것

            해보고 자기를 발견했으니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하더니, 뒤도 안돌아보
            고 일을 접었다. 조금만 더 해보지 하면서 부모의 도움을 받다가 자신은

            물론 우리도 힘들게 하는 것보다 일찍 현명하게 판단을 내린 딸애가 지혜
            로워 보여 잘했다, 칭찬해주었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은 ‘초 긍정적이라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좀 더 해보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
            했다.




              “마음이 불안해 … 100일 기도 해야겠어”


              딸애의 재취업 시도가 시작되던 어느 날, 슬그머니 권해보았다.

              “108배 좀 해보지?”
              “마음이 불안해서 안 되겠어. 100일기도 시작해야겠어.”

              불이 났을 때 소방수를 찾는 것처럼 마음이 급할 때마다 108배를 하곤
            하던 딸애는 달력에 하루하루 표시를 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말이 거창하

            게 100일 기도지 방석을 펴놓고 매일 108배를 하는 게 전부인 기도였다
            (이것도 빼먹은 날이 종종 있어 백일이 훨씬 지나서야 기도를 마쳤다).

              마음에 맞는 직장을 다시 잡기는 쉬워 보이지 않았고, 100일 기도가
            끝나도록 재취업의 소식은 없었다. ‘가고 싶은 데 가려고 그래, 걱정 마

            엄마.’ 하면서 오히려 나를 안심시켜주는 딸을 보면서 ‘제법 내공이 있는
            데’ 하면서 지켜보았다. 살짝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럴 때

            내가 안심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기둥이 있다. ‘애들이 몸과
            마음만 건강하면 나머지는 덤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 인연법에 마음을 턱 맡기자’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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