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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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를 외우는 게 버릇이었다. 조주종심은 서기 778년에 태어나 897년에
죽었다. 우리 나이로 120세, 그야말로 압도적인 장수長壽다. 본래 종교인
들이 오래 살고 스님들도 그러한 편이라지만, 역대 조사들 가운데도 최장
기록이다.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의 인물이고 백신이나 항생제
따윈 구경도 못했을 인물이다. 오늘날의 기대수명을 훌쩍 뛰어넘는 목숨
의 길이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티끌은 바깥에서 들어온다”
『동의보감』은 장수를 위한 양생養生에는 일곱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전한
다. △말을 적게 하는 것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것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 △침을 자주 삼킬 것 △사색과 걱정을 적게 하는 것 △
애욕을 절제하는 것 △화를 내지 않는 것. 정기精氣를 허비하지 않기 위한
습관들이다. 조주가 이러한 원칙들을 얼마나 잘 지키고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저런 전거들에 따르면 조주는 분명히 소식小食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신도들에게서 공양供養을 일절 받지 않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
하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소탈한 성격이었으리라 짐작되기
도 한다. 말을 잘했으나 결코 말이 길지는 않았다. 사람을 멀리했다는 사
실도 적어두어야겠다.
조주가 절 마당을 쓸고 있는데 어떤 승려가 물었다.
“화상和尙은 대선지식大善知識이신데 어째서 마당을 쓸고 계십
니까.”
“티끌은 바깥에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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