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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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7호 어느 날 위산·오봉·운암, 셋이 백장 화상을
화두로 세상 읽기 16 모시고 서 있었다. 백장 화상이 위산에게 물었
다. “목과 입을 제거한 채(쓰지 않고) 도를 말할
수 있겠느냐?” 위산은 “스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지요.” 하고 받았다. 그러자 백장 화상이
“내가 말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법이 쇠衰할까
가슴으로 말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擧潙山五峰雲巖, 同侍立百丈. 百丈問潙山,
倂卻咽喉脣吻, 作麽生道. 潙山云: “卻請和尙
道.” 丈云: “我不辭向汝道, 恐已後喪我兒孫.”
『벽암록』 제70칙.
김군도
자유기고가
말은 입으로 나오지만 입이 말하
는 것은 아니다. 입은 단지 말을 토
해내는 경로經路에 불과하다. 진정성
이 있는 말이어야 사람들은 그의 말
을 신뢰한다. 비슷한 예로 훌륭한 가
수들은 배로 노래할 것을 주문한다.
비록 입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배에
서 나오는 소리라야 깊은 울림이 있
다는 것이다. 노래를 입으로 소화하
는 립싱크 가수들은 그래서 외면당
한다. 사람들은 저 깊은 울림을 토해
내는 뱃속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기
김군도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때문이다.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상대방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말도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마찬가지다. ‘립 서비스’는 당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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