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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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禪林을 운영했으니 그의 명성이 더욱 드높았다. 중국에서 선종의 기틀
이 확립된 시기를 백장 선사에 두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 공안에 등장하고 있는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63)는 백장 선사의 제
자다. 중국선을 육조혜능이 창출하였다고 한다면 이를 완성한 사람이 백
장이고 또 이를 최초로 실천한 사람이 위산과 위산의 제자 앙산혜적(仰山
慧寂, 803-887)이라 할 수 있다. 오가칠종五家七宗의 하나인 위앙종潙仰宗은
위산과 앙산의 앞 자를 각각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즉 위산과 앙산이 위
앙종의 개산조開山祖인 것이다.
백장 선사는 대중을 제접提接할 때 항상 간곡함이 배어 있었다. 때로는
그래서 친절했으며 때로는 근엄했다. 이러한 선사의 태도는 제자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섰다.
위산이 오도悟道를 하는 장면을 살펴보면 선사의 가르침이 얼마나 간
곡하고 진정성이 있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어느 날 백장이 위산에게 화로
火爐에 불씨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위산은 화로를 열심히 헤쳐
본 후 ‘불씨가 없다.’고 말했다. 백장이 직접 화로를 뒤적거려 재 속 깊숙
이 희미하나마 살아있는 불씨를 발견했다. “이게 불씨가 아니고 무엇인
고?” 백장이 크게 호통을 치자 위산이 순간 크게 깨우쳤다. 위산이 깨친
소견을 낱낱이 백장에게 아뢰자 백장이 엄숙하게 일렀다.
“너의 소견은 잠시의 기로일 뿐, 경에 이르기를 ‘불성을 보려 하거든
마땅히 시절인연을 관하라’ 했다. 시절이 이르면 미혹했던 이가 문득 깨
달은 것과 같고, 한번 잊은 것을 영영 기억함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
나 이는 원래 자기 물건이지 다른 이에게서 얻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
이니라. 그러므로 조사께서 이르시기를 ‘깨달음은 깨닫지 못함과 같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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