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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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마음도 없고 법도 없음이라’ 하셨다. 이렇듯 허망한 범성凡聖 등의

           마음이 없는 본래심법本來心法이 원래 스스로 갖추어 구족해 있는 것이니,
           이제 네가 그러한 터이니 스스로 잘 호지護持하거라.”



             백장은 제자 위산의 깨침을 이렇게 인가함과 아울러 더 큰 깨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했다. 그리곤 훗날 명산으로 일컬어지던 대위산大
           潙山에 산문을 열도록 위산을 추천했다. 위산은 얼마가지 않아 명성을 듣

           고 찾아 온 납자들로 대총림을 이루었다.



             유창한 말이 신뢰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소개한 공안은 이러한 두 선사의 문답이다. 백장이 “목과 입
           을 쓰지 않고 도를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대해 위산이 거꾸로 스승

           이 답해보라고 말한다. 이에 백장이 “내가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법
           이 쇠할까 두렵다”고 응대한다. 원문에 따르면 ‘공이후상아아손恐已後喪我

           兒孫’으로 ‘나의 법손을 잃을까 두렵다’는 것이다. 즉 법이 쇠한다, 또는 단
           절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장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앞서 위산의 깨침에 대응했던 것처럼 백장은 입으로 도를 말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목과 입이 없이 도를 말할 수 있는 경지는 언어도단言語道
           斷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지다. 이것이 선의 경지다. 선의 경지는 구경究竟

           마저 뛰어넘는다. 백장은 따라서 입과 목으로 말하는 언어 대신에 실참실
           수實參實修의 경지에서 진리를 습득하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래야 그릇되지 않고 오롯이 진리를 전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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