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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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정正·반反·합合, 이 세 가지가 변증법의 기본 공식으로 정에서 반이
나오면 그것을 융합시켜서 합을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
논리는 중도와 비슷한 듯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의 발전 과정에
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시간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보기를 들
어 정正이라는 사상이 나와서 이것에 모순이 생기면 다시 반反이라는 사
상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정도 아니고 반도 아닌 것이 서로서로 종합
이 되어서 합合이라는 사상이 나온다는 이론입니다. 이와 같이 시간을 전
제로 하는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말하는 헤겔의 정·반·합 이론도 정과
반을 완전히 버리고 정과 반이 완전히 융합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도 사
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변증법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번은 괴테와 헤겔이
만났는데, 괴테가 헤겔에게 그 변증법의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헤겔은 그것은 모순의 논리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곧
정과 반의 모순, 시와 비의 모순, 선과 악의 모순을 말하니, 이것은 양변
이 모두 모순인 것을 갖고 만든 이론에 불과한 것입니다. 양변이 서로 모
순이므로 서로 통할 수가 없으니 이 이론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
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불교의 근본 사상은 중도 사상이니, 팔만대장경 전체가 여기에 입각해
있으며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하신 모든 말씀이 바로 중도를 설명하
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도 사상을 떠나서 불교를 설명하는 것은 바
로 부처님에 대한 반역反逆인 것입니다. 불교를 설명한 많은 것들의 그 진
위眞僞를 가리려면 중도논리中道論理, 중도정의中道定義에 위배되는지 아닌
지를 가늠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에 위배되는 사상은 결코 부처님의 말씀
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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