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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唯心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유물唯物사상입니다. 유심사상은 전변설轉變說
로 되어 있고, 유물사상은 적집설積集說로 되어 있습니다. 전변설은 수정
주의修定主義로 나가고 적집설은 고행주의로 나가는데, 유심과 유물, 전
변설과 적집설, 수정주의와 고행주의 들이, 말하자면 부처님 이전에 인도
사상을 통괄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유심도 유물도
버리고, 전변론도 적집론도 버리고, 수정주의도 고행주의도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실지로 수행하여 유심과 유물을 버려야만 중도를 정등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도 사상은 부처님께서 최초로 깨달으신
새 발견인 동시에 불교만의 독창적인 사상인 것입니다.
중국에는 『중용中庸』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3. 중용과 변증법
이것은 불교의 중도와는 근본적으로 틀립니다. 유
교 사상에서의 중용이란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음을 말
합니다. 이를테면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은 지나쳐 버리기 쉽고 모르는 사람
은 너무 미치지 못하므로, 과過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중中을 취하라
는 것입니다. 결국 이 ‘중中’은 단순한 중간의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아가서는 서구 세계에서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인들
이 일찍이 중용사상을 펼쳤는데, 그들도 중간 사상을 가지고 중용사상이
라 하였을 따름입니다. 그들의 이른바 중용사상은 양변을 완전히 버리고
동시에 양변이 완전히 융합하는 사상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양변을 여
의고 양변을 융합한다는 것은 추호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도
사상과 중용은 결코 혼동될 수 없는 것입니다.
서양의 철학계에서도 근대에 이르러 언뜻 보기에 불교의 중도 사상과
비슷해 보이는 이론이 나왔습니다. 바로 헤겔의 변증법辨證法 사상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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