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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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 보충한다’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위적인 시도 또는 노력을 뜻한다 4)
고 하였다. 즉 벽사는 액을 물리치는 것이고 비보는 결여된 것을 보충하
여 복을 부르는 장치인 것이다. 그런데 때로 그 경계는 모호하여 벽사인
동시에 비보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전통적 동양의 정서로 고대로부터 내
려온 것이다. 또한 인간이 생존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비하는 두
가지 방편이 아닐까 한다. 재운을 위해 말발굽을 걸어놓는다든지, 아기가
태어난 집에 금줄을 쳐놓는다든지, 궁궐 문 옆의 해태상이나 무덤을 에둘
러 서 있는 문·무인석이 모두 그에 해당한다.
경계를 넘어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개념들은 우리 문화유산으로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로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비형랑에서 연유하는 도깨비는 유사
한 많은 캐릭터를 양산하고, 처용은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함의
하고 있는 많은 비유와 상징으로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그런 점에
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탄생하기 이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은 어떠했을까? … 하는 의
5)
문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근원에 대한 의문이다.” 라고 한 누군가의 질
문은 바로 우리의 상상력이 발동하는 시작점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상력의 문을 여는 귀중한 텍스트가 바로 『삼국유사』인 것이다.
4) 문화원형 용어사전.
5) 김대식 지음, 『처용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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