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P. 68

복잡하게 생각하니까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니

           까 인생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어릴 때는 인생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마냥 좋다고 걷는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

           면 갑자기 그 길에 이정표가 세워진다. 갈래갈래 찢어진 방향들이 마음
           을 찢어놓는다.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 남들이 많이 가는 길 쪽으로 떠

           내려간다. 아무리 봐도 훤히 뚫린 길인데, 겁이 나서 이 길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한다. 세상 풍파 시달리며 길눈은 밝아지는데, 정작 갈 길은 잃

           어버린다. 가지 않아놓고 실패했다 투덜댄다. 그냥 가면 되는데 주저앉고
           맨발로도 거뜬한데 신발 끈을 맨다. 길 위에 소득은 없고 궁둥이만 쌓인

           다. 창창한 미래 앞에 자꾸 무언가를 가져다 놓으며, 스스로 앞길을 막아
           버린다.



                “(수행하느라) 아침 저녁으로 쉬지 않습니다.”

                “스님 가운데 그처럼 세금을 두 번 내는 백성은 없다.”



             가장 아픈 생각 가운데 하나가 인생이 안 풀린다는 생각이다.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번번이 남보다 뒤처지고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가 열심히 살 때 남들도 열심히 살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쉬지 않는다 해도, 점심에도 쉬지 않는 놈이 꼭

           있게 마련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지만, 험담하고
           음해하는 것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 한다면. 아무튼 노력의 가치에 이의

           를 제기할 순 있어도 노력의 총량은 어쨌든 명백한 사실이다. 결국 남들
           이 인정해주거나 방심하기 전까지는 절대 인생은 잘 풀리지 않는다. 중생

           들의 세계란 본디 경쟁과 상처로 굴러간다. 나 혼자만 살 수 있는 신천지



           66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