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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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다 꺼지기 전에, 몇 백 도는 되는 온도임에도, 수건으로 싸매고 들어가
그릇을 꺼냈다. 선생님의 얼굴이 완전히 익어서 빨개져 나오니 일본작가
자신도 꺼내보겠노라며 수건을 싸매고 가마에 들어갔다. 십초쯤 되었을
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얼굴은 탈 듯이 익어 나 살려라하면서
뛰쳐나오던 모습이 선하다.
닳아버린 지문
다완이 일본에서는 다도에 쓰이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일본
에서는 선생님의 작품을 하나 소장하는 것이 다인들의 소원이다시피 했
다. 일본에서 300여 회의 전시회를 했는데 늘 곤욕을 치르는 과정이 있
었다.
일본 입국 심사 할 때 지문을 찍는데 지문이 다 닳아버려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 닳았는지도 모르게 닳아진 지문指紋. 언젠가는
지문뿐만이 아니라 손가죽이 다 닳아 피가 나는 것을 본적도 있다.
가끔 장인과 예술가의 경계를 생각할 때가 있다. 내 유전자는 장인 쪽
으로 마음이 기울어 객관적인 구분이 어렵지만, 몸이 익었다는 것…. 그
것은 참 숭고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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