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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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죽음을 골똘히 생각한다고 죽음이 피해가는 것 아니다. 오히려 한
번만 죽어도 될 거, 두 번 죽는다.
“무엇이 한 마디입니까?”
“그 한 마디만 붙들고 있으면 그대는 늙고 만다.”
괴로우면 생각이 많아지고 즐거우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괴로워 생
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져 더 괴롭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아봐야,
잠에서 깨어나면 실제 만리장성은 없고 몸만 녹초가 된다. 많이 생각해봐
야 꼬이기만 한다. 오래 생각해봐야 지치기만 한다. 목표를 이루려면 생
각하지 말고 준비를 해야 한다. 미인을 얻으려면 생각하지 말고 도전 해
야 한다.
달마 대사는 무심론無心論을 주창했다. 그의 대를 이은 선사들도 하나
같이 무심을 이야기한다. 『조주록』 전체가,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무심에 대한 설명이고 비유이고 변론이다. 무심하게 살라는 것이다. 생각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것이다. 생
각한다고 안 될 일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고 오지 말아야 할 복이 오지
도 않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든 해야만 뭐든 남는다.
“도道는 어디에 있습니까?”
“길은 담장 바깥에 있다.”
“그런 거 말고 큰 도요.” “큰 길은 장안(長安, 당나라의 수도)으로
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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