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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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령사 석굴의 중심 구역의 바위면에 새겨져 있다. 바위면을 깎아 들어가
전체 형상을 만든 후 진흙으로 마무리한 불상이다. 비가 적게 오는 지역
이기 때문에 실크로드 상에 위치한 대부분의 마애불은 이 같은 방법으로
조성되었다. 필자는 2014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의 연수 프로그램 안
내자로 동행했는데 이 불상 앞에서 스님들과 예불을 했던 경험은 감동으
로 남아 있다.
충담 스님이 차 공양을 올렸다는 삼화령 미륵세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미륵삼존상은 ‘삼화령 미륵세존’으로 알려
진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불상이다(사진 4). 이 삼불상은 1925년 4월
여래상만 원위치로 추정되는 산 위의 석실에서 먼저 옮겨졌고 두 보살상
은 얼마 후 경주시 탑동 민가에서 발견되어 압수되었다. 제각기 다른 장
소에서 발견된 이 삼존상을 삼화령 미륵세존으로 명명하게 된 데에는 작
고한 황수영 선생님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필자는 이 석상에 대한 해명을 기하여 오면서 1964년 11월15
일 이래 4차에 걸쳐 원장소를 찾았으며 인근의 고로古老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까닭은 이 석상 3구가 모두 신라조각사의
첫머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와같은 우미
품優美品에 대한 기초적인 작업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
문이다.”(황수영, 「新羅南山三花嶺彌勒世尊」, 『한국의 불상』, 문예출판사,
1989,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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