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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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분설은 마음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네 단계로 구분해 설명

            한 교설이다. 유식에서 마음이란 심心과 심소心所로 구분된다. 심心이란
            제6식이나 제8식 같은 마음작용의 근간을 말한다. 이들 여덟 개의 식은

            마음의 왕이라는 뜻에서 심왕心王이라고 부른다. 반면 심소란 달리 ‘심소
            유법心所有法’을 줄인 말로 ‘마음이 소유하고 있는 법’이라는 뜻이다. 심소

            는 마음[心王]이 작동할 때 동원되는 것이므로 마음이 ‘거느리고 있는 무
            리[眷屬]’이자 마음을 왕으로 섬기는 신하臣下로 이해된다.

              사분설은 심왕과 심소에 의한 마음의 작용을 상분相分, 견분見分, 자증
            분自證分, 증자증분證自證分이라는 네 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

            터 이와 같은 사분설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무착無着과 난타難陀는 대상
            이 되는 상분과 그것을 인식하는 견분만 설명하는 이분설을 주장했다. 그

            러나 진나陳那는 여기에 자증분을 더하여 3분설을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호법護法은 증자증분을 더하여 사분설을 완성했다.

              첫째 상분相分이란 마음작용[심과 심소]이 일어날 때 대상이 되는 객관의
            경계境界를 말한다. 마음작용이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능연能緣이라면 상

            분은 수동적 대상이 되는 소연所緣이 된다. 단풍을 보면 기쁘거나 우울해
            지듯이 마음작용은 주관과 대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데 안근眼根

            에 드리워지는 단풍과 같은 객관의 이미지가 상분相分이다.
              둘째 견분見分이란 객관대상인 상분을 받아들이는 주관의 작용을 말한

            다. 눈이라는 안근에 맺힌 이미지를 붉은 단풍으로 이해하는 것이 견분의
            작용이다. 견분은 단순히 상분의 이미지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을 잘 비추어 보는[見照] 작용을 겸하고 있다.
              셋째 자증분自證分은 인식 주관인 견분이 지각한 내용을 검증하여 아는

            작용을 말한다. 여기서 자自는 대상을 보는 주체인 견분을 말하고, 증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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