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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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는 마애불을 만들자 태자는 북
향의 석굴을 지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는 설화가 전한다.
마의태자가 남쪽의 덕주사 마애불을 바라보며 조성했다는 북향의 석굴
속 불상이 바로 미륵대원지 미륵불상이다(사진 5). 원통에 가까운 불상은 5
개의 돌을 다듬어 쌓아올렸다. 머리 위에는 돌을 평평하게 다듬어 갓처럼
올려두었다. 왼손에는 피지 않은 연꽃을 들고 있는데 이것은 용화수 아래
서 깨달음을 얻은 미륵불을 상징하는 상상의 꽃인 용화수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륵불이 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 것을 용화수인龍華樹印이라 한다.
얼굴만 씻은 미륵대원지彌勒大院址 부처님
미래세에 미륵불이 될 것이라는 수기授記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륵보살
은 보관에 석가여래를 화불化佛로 표현하다가 시대가 내려오면서 탑으로
나타내었다. 미륵대원지 미륵불상의 머리 위에 얹힌 평평한 판은 석가여
래를 상징하는 탑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 구조물 때문에 미륵대원지
불상의 얼굴은 신체에 비해 깨끗한 편이다.
같은 모습을 보고 어른과 어른아이의 시각은 달랐다. 현지의 해설사는
미륵대원지 불상의 상호처럼 불상이 깨끗해지면 통일이 된다고 했다. 불
상의 몸에 이끼가 낀 모습을 본 동생이 형한테 물었다. “형아, 부처님이
몸도 좀 씻지 왜 세수만 하고 있지?” 그러자 형이 대답했다. “우리도 밖에
서 놀다 보면 간단히 세수만 하지. 부처님도 밖에 있다보니 세수만 한거
야. 곧 다시 먼지로 더러워지니까.” 불교미술에 관한 해석을 하다가도 미
륵대원지에서 만났던 어린아이들의 대화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
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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