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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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습니다.

              “이놈아,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것 아니야. 공부 더 부지런히 해!”
              대혜 스님이 그 말을 믿고 생명을 다 바쳐 더욱 부지런히 공부했습니

            다. 그리하여 결국 참으로 확철히 깨쳤습니다. 이렇듯 대혜 스님은 원오
            스님에게 와서야 잠들어도 공부가 되는 데까지 성취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확철히 깨쳤습니다.
              잠이 깊이 들어서도 일여한 경계를 두고 원오 스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애석하다. 죽어버려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겠구나[可惜死了
            不得活].”

              일체 망상이 다 끊어지고 잠이 들어서도 공부가 여여한 그때는 완전
            히 죽은 때입니다. 죽기는 죽었는데 거기서 살아나야 합니다. 그러면 어

            떻게 해야 살아나느냐? “화두를 참구 안 하는 이것이 큰 병이다[不疑言句
            是爲大病].”라 했습니다.

              공부란 것이 잠이 깊어 들어서 일여한 거기에서도 모르는 것이고, 견
            성이 아니고 눈을 바로 뜬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서 참으로 크게 살아나

            야만 그것이 바로 깨친 것이고, 화두를 바로 안 것이며, 동시에 마음의
            눈을 바로 뜬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스님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나라 선문 중에 태고太古 스님이 계십니다.



              태고 스님은 공부를 시작한 지 20여 년 만인 40여 세에 오매일여가 되
            고 그 후 확철히 깨쳤습니다. 깨치고 보니 당시 고려의 큰스님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인가印可해 줄 스님도 없고, 자기 공부
            를 알 스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임제정맥臨濟正脈을 바로 이어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태고 스님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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