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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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느냐 하면 잠이 깊이 들어서도 일여한 경지에서 깨쳐야만 풀 수 있
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못 푼다는 것, 이같은 근본 자세가 딱 서야 합니
다. 그리하여 마음의 눈을 확실히 뜨면 이것이 견성인 것입니다. 동시에
‘뜰 앞의 잣나무’라는 뜻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옛날 스님들
은 어떤 식으로 공부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임제종臨濟宗의 중
흥조로 오조법연五祖法演, 원오극근圜悟克勤, 대혜종고大慧宗杲, 이 세 분
선사가 임제종을 크게 진흥시켜 천하에 널리 퍼지게 하였습니다. 이 중
에서 대혜 스님이 공부한 것이 좋은 참고가 됩니다.
대혜 스님이 공부하다가 스무 살 남짓 됐을 때 깨쳤습니다. ‘한 소
식’해 놓고 보니 석가보다 낫고 달마보다도 나아 천하에 자기가 제일인
것 같았습니다. ‘어디 한번 나서 보자, 어디 누가 있는가?’ 하고 큰스님
들을 찾아가 보니 모두 별것 아닙니다. 자기가 보기에 아무것도 아닙니
다. 누가 뭐라고 하던 자기가 제일이라고 쫓아다니는 판입니다. 당시 임
제종 황룡파黃龍派에 담당문준湛堂文準 선사가 계셨습니다. 대혜 스님이
그 분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병의 물을 쏟듯, 폭포수가 쏟아지듯 아
는 체하는 말을 막 쏟아 부었습니다. 담당 스님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자네 좋은 것 얻었네. 그런데 그 좋은 보물 잠들어서도 있던가?”
자신만만하여 횡행천하橫行天下하여 석가보다도, 달마보다도 낫다 하
던 그 공부가 잠들어서는 없는 것입니다.
“스님, 다른 것은 전부 다 자신 있습니다. 그런데 잠들어서는 그만 아
무것도 없습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잠들어서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석가, 달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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