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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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란 말에서 120세까지 살았던 조주의 압도적인 장수를 새삼 실감한
다. “가지와 넝쿨 위에 또 가지와 넝쿨을 만드는 지금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삶을 영위했던 과거의 선사들에 존경을 표하고 있다. ‘이류異類
가운데서 행行해야 한다(이류중행)’는 건 이런저런 이류들 가운데서 인생을
견디고 버텨야만 인생이 강해지고 참다워진다는 말이다. ‘주둥이가 노란
어린 것들’이 설치고 있긴 하다만, 그것은 가짜이니 연연할 이유가 없다
고 한다. 썩어문드러진 삶만이 세상의 거름이 될 수 있다.
꼬박꼬박 하루 세 끼를 먹든 다이어트한다고 한 끼를 먹든 먹어야 한
다. 호텔에서 뷔페를 먹든 쪽방에서 라면을 먹든 먹어야 한다. 채식주의
자라도, 먹어야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먹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란 속담은 단순히 속담으로 치부될 말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을 때에도 입에 밥이 들어가더라. 살아있더라. 살아지더라. 이보다 확
실한 진리가 어디 있던가. 정의와 종교와 힐링이 이 생멸의 문 앞에서 입
장료를 받는다. 그러나 왜 모든 성황당은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나
도 산다. 이것들아.’
소동파蘇東坡는 중국의 고급요리인 동파육의 어원이다. 당나라 때의 시
인으로 유명하다. 불교도 많이 공부했다. 진리는 무엇일까 골몰하며 수행
에 전념했는데 퍼뜩 답이 오지 않았다. 자연에서 찾아보라는 어느 스님의
권유에 숲길을 걷다가 마침내 눈을 떴다. ‘계곡소리가 부처님의 말씀이요
산의 모습이 부처님의 몸이다(溪聲便是長廣舌 山色豈非淸淨身).’ 폭포는 끊임
없이 추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상처가 난 산에만 나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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