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P. 70

그러나 이런 찬사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이도다완을 한번이
           라고 보았거나 만들어본 사람은 그것

           이 평범한 범기라는 것은 인정할 수가
           없다. 그것은 최고의 기술을 가진 도

           공이 틀림없고 뛰어난 미감을 가진 사                         분인다완.
           람의 손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그릇이라는 생각이다.

             전시 그릇을 하루 종일 집중해서 보다가 배회하다 다른 관람객도 구경
           하다보니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사발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

           다. 이 사발들은 최고의 찬사를 받는 명기이고 귀하다 못해 범접할 수 없
           는 귀하신 몸이다. 그런데 왜 이리 외롭고 쓸쓸해 보일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사발


             일본인들은 ‘자연체自然体’라는 표현을 즐겨 한다. 자연계에 있는 그대

           로의 자연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적인 것이
           그 안에 자연의 섭리를 담고 있을 때를 이른다. 아마 고려다완으로 불리

           는 이 사발이 대표적인 자연체라 할 수 있겠지. 나는 내가 느꼈던 초심의
           아름다움 그 감각으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어쩌면 일본인이 정해놓은 미

           의식에 갇혀 이 사발도 답답해하지 않을까. 조선의 흙으로 …, 조선의 풀
           과 나무를 태운 재로 만든 유약 …, 그리고 조선의 소나무로 불을 때 구운

           불길이 사발 하나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사발이 나에게 전하는 말
           이 조용히 들어온다. 아! … 이제 어떤 그릇을 만들어야하나 …, 느낌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더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68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