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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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곳, 정토淨土 아닌 나라가 없다는 이것을 깨치는 것이 불교의 근본

           목표입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구원’이라는 말을 합니다. ‘구원을 받는다’, ‘예수를

           믿어 천당 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구원이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습니다. 본래 부처인 줄 확실히 알고 온 시방법계가 본래 불국토이며

           정토인 줄 알면 그만이지 또 무슨 남에게서 받아야 할 구원이 있겠습니
           까? 그래서 불교에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절대로 구원이란 없습니다. 이

           것이 어느 종교도 따라올 수 없는 불교의 독특한 입장입니다. 실제 어느
           종교, 어느 철학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못합니다.

             불佛, 부처란 것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이르는 말입니다.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성불했다고 하는 것은 본래부터 모든 존재가 불생불멸 아닌 것이

           없다는 그 말입니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식물도, 광물도, 심지어 저 허
           공까지도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또한 모든 처소 시방법계 전체가 모두 다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 곧 정토이며 불국토인 것입니다. 모
           든 존재가 전부 다 부처고, 모든 처소가 전부 다 정토다, 이 말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사바세계가 있고 중생이 있는가? 내가 언제나 하는 소
           리입니다. 아무리 해가 떠 온 천하를 비추고 환한 대낮이라도 눈감은 사

           람은 광명을 못 봅니다. 앉으나 서나 전체가 캄캄할 뿐 광명을 못 봅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우주법계 전체가 광명인 동

           시에 대낮 그대로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전체가 부처 아닌 존재
           없고 전체가 불국토 아닌 곳이 없습니다. 마음의 눈만 뜨고 보면!

             그러나 이것을 모르고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사람은 “내가 중생이다.”
           “여기가 사바세계다.”라고 말할 뿐입니다.

             근본 병은 어디에 있느냐 하면, 눈을 떴나 눈을 감았나 하는 여기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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