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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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모습으로 그려지
기도 하고 반대로 왼
손은 하늘을 오른손
은 땅을 가리키는 모
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탄생불의 좌
수左手와 우수右手의
수인 문제는 인도와
중국의 문화적인 배
사진 4. 화계사 대웅전 벽화, 비람강생상.
경에서 이해할 수 있
으며 그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인도문화에서는 좌左에 비해 우右가
우월한 지위로 인식되는데 이는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하여, 마야부인이 오
른손으로 무우수 가지를 잡자, 부처님이 우협으로 탄생했다는 데에서도 쉽
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전통적으로 좌를 우보다 높게 평
가하는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우협탄생은 흔히 부처님의 신분계급인 크샤트리아와 연관된 상징이며
연꽃 위의 7보는 7각지七覺支의 관점이다. 7과 4는 불교경전에서 만수滿
數를 상징한다. 따라서 7의 제곱인 49와 4의 제곱인 16은 완전성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탄생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천명하는 것으로 인식
된다. 탄생불이 이와 같이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수인인 천지인은 오늘날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에 불교의식인 관불灌佛, 혹은 관욕불灌浴佛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사찰의 본존이 모셔진 전각에 주로 그려지는 팔상도
벽화(사진 4)에는, 팔상의 여러 내용을 모두 그리기보다는, 천지인의 모습
으로 탄생게를 설하는 아기 부처님의 모습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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