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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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필라성과 데바다하의 중간에 룸비니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동산이 있었다. 이 동산에는 무우수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아
름다운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룸비니 동산은 전체가 마
치 제석천의 유원지인 칫타라 동산의 잔치마당 같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룸비니 동산을 지나던 왕비는 동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유희하고 싶어졌다. 왕비는 가마를
무우수無憂樹 나무숲 속으로 옮기게 하고는 땅에 내려서 꽃이
활짝 핀 가지를 잡으려고 팔을 뻗어 올리자 가지는 스스로 내
려와 왕비의 손 가까이에 닿았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곧
산기産氣가 일어 무우수 나무의 가지를 잡고 선 채 오른쪽 옆구
리로 옥동자를 낳았다. …… 바로 그때에 제석과 범왕이며 사
천왕은 그의 권속과 함께 모두 와서 태자를 호위하였다. 그리
고 공중에서는 용왕의 형제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가 왼
편에서 맑고 따뜻한 물을, 오른편에서 시원한 청정수를 토하여
태자를 씻겨드렸다. …… 태자는 탄생하자마자 스스로 사방으
로 일곱 걸음을 걸었다. 그러자 옮기는 걸음마다 사색四色의 연
꽃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 주었다. 일곱 걸음씩 걷
고 나서 사방과 상하를 둘러본 태자는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사자처럼 외쳤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이니 내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
安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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