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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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즉 나반존자의 권능과 신
                                              행자의 심중소구心中所求가 능숙
                                              한 회화적 기법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 수작秀作이다.

                                                화엄사 독성탱은 1897년에 조
                                              성됐다. 독성탱화의 일반적인 크
                                              기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이며,

                                              기법 면에서도 뛰어나다. 화면은

                                              화사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분위
           사진 3. 화엄사 원통전 독성탱.
                                              기가 넘쳐흐른다. 산허리를 안개
           로 유현幽玄하게 처리한 청록산수풍의 배경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기량이

           발휘되어 있다.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인물·산수·화조 등이 조화롭

           게 그려져 있다.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나반 존자 주위에 신행자들이 이루
           고자 하는 소원을 상징하는 여러 도상圖像들이 가득하다.
             천태산에서, 구름과 소나무를 배경으로 유희좌로 앉아 계시는 희고 긴

           눈썹의 나반 존자는 왼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손에는 염주를 들고 계신다.

           이런 위의는 독성청 유치由致에 나오는 “만약 누구라도 공양을 올리면, 반
           드시 신통스러운 감응을 내리시어, 구하는 것을 모두 이루게 해 주시고, 원

           하는 것을 모두 좇아 소원을 이루게 하지 않음이 없다[若伸供養之儀, 必賜神通
           之鑑, 有求皆遂, 無願不從].”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나

           반존자 좌측에 진각 거사眞覺居士가 다소 익살스런 표정으로 천도天桃와 다
           기茶器를 들고 있으며, 우측의 선의 동자善衣童子는 불로초가 가득 담긴 망
           태기를 메고 있다. 주위의 배경은 유치의 내용을 그대로 표현해 놓았다. 즉

           “은은한 산, 잔잔한 물가에 한 간 난야를 짓고 누웠다 앉았다 소요하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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