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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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띤 표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호랑이는 산신탱
            의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후에 산신과 함께 그려지고 있다. 이런 변화
            는 나한도에서 나한의 권능과 위의를 드러내기 위해, 용·호랑이·기린 등

            의 영수(靈獸, 신령스러운 동물)가 함께 그려지는 도상적 특징이 반영되어 현

            재의 일반화된 산신탱으로 정형화된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에 조성된 문경 김용사金龍寺의 산신탱화(사진 4)를 살펴보면,
            산수와 노송을 배경으로 가운데 큼직이 앉아서 인자한 미소와 눈빛을 보

            이는 산신은 왼손으로는 흰 수염을 만지며 오른손에는 백우선白羽扇을 잡

            고 있다. 산신청 ‘거목擧目’에, “만 가지 덕을 갖추고 뛰어난 성품을 한가롭
            게 가지고 계시며[萬德高勝性皆閑寂山王大神]”, “사찰이 자리한 산에 항상 계실
            [此山局內恒住大聖山王大神]”뿐만 아니라 “시방법계에서 지극한 영험을 나타

            내시는 분[十方法界至靈至聖山王大神]”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덕성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이렇듯 의지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로 넉넉한 산신, 그 오른쪽에 있는 호
            랑이는 무섭고 위엄스럽기보다는 애교스러운 자태로 표현되어 친근감을

            주고 있다. 산신도에서 호랑이는 산신의 위엄을 부각시키고, 산신의 자비

            공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산신도에 표현되는 호랑이의 모습
            은 눈썹과 콧수염, 눈동자를 강조해 생동감을 주며, 산신도에 등장하는 호
            랑이의 꼬리 표현은 대부분 S자로 기세 있게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산신은 사찰의 호법선신이며 신행자들의 수호자이며 산중생활의 외

            호신으로 받들어져 왔다. 산신탱화가 전국 사찰에 모셔져 있다는 것은
            산신이 토속신으로 소박한 수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법도생의 적
            극적 실천자이자, 기도자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귀의의 대상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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