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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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생사分段生死에서 자유자재합니다. 그러나 미세한 무의식이 생멸하는 변
            역생사變易生死가 남아 있어 여래와 같은 진여위眞如位의 자재自在함은 못 됩
            니다. 그러므로 아라야위에서의 숙면일여는 바로 깨친 것이 아니며, 여래위

            진여위에서의 숙면일여가 되어야만 참다운 영겁불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8지 이상의 아라야위에서의 숙면일여만 되어도 결코 죽음으로
            인하여 다시 매하지는 않습니다. 영원토록 퇴진退進하지 않는다는 말입니
            다. 아라야위에서의 불망不忘과 진여위에서의 불망은, 차이는 있지만 다시

            매하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은 같습니다. 오매일여도 여래위에서의 오매일여

            와 아라야위에서의 오매일여가 다르면서 또한 같은 것과 흡사합니다. 숙면
            일여라고 하여 잠이 깊이 들어도 여여한 것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로부

            터 대종사, 대조사 치고 실제로 숙면일여한 데에서 깨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나 깨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식심분별識心分別이므로 앞 못 보는 영
            혼에 불과합니다. 봉사 영혼이 되어 수업수생隨業受生하니 곧 업 따라 다시

            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김 씨가 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고, 박 씨가 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중처
            변추重處便墜로 곧 자기가 업을 많이 지은 곳으로 떨어집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입니다. 자기의 자유가 조금도 없는 것을 수업수생이라고 합

            니다.

              그러나 자유자재한 경계가 되면 수의왕생隨意往生하니 곧 자기가 마음먹
            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동으로 가든 서로 가든, 김 씨가 되던 박 씨가 되
            던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의왕생으로, 불교의 이상이며 부처

            님 경전이나 옛 조사스님들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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