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P. 22
치지 못한 까닭에 이렇게 어두워져 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옛날의 고불고
조古佛古祖는 오매일여가 기본이 되고, 영겁불망이 표준이 되어 수도하고
법을 전했습니다. 여기에 실례를 들어 이야기하겠습니다.
5)
2. 대혜 선사 오조법연 선사의 제자에 원오극근圜悟克勤 선사가 있고,
그 제자에 대혜종고大慧宗杲 선사가 있습니다. 강원에서 배우는 『서장書狀』
이라는 책이 대혜종고 선사의 법문으로, 그는 임제의 정맥으로 천하의 법
왕法王으로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대혜 스님이 어떻게 공부했고 어떻
게 인가를 받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대혜 스님은 스무 살 남짓 되었을 때, 요즘 말로 ‘한 소식’했다고 해서 사
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은 진짜 소식이 아니라 가짜 소식
이었습니다. 그래도 전생 원력이 크고, 또 숙세宿世의 선근善根이 깊은 분
이어서 그 지혜가 수승했습니다. 그래서 가짜 소식을 진짜 소식으로 사용
했던 것입니다. 이 가짜 소식을 가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는데, 이 가짜 소
식에 모두 속아 넘어갔습니다. 비유로 말하자면 대혜 스님이 성취한 것은
엽전에 불과한데 세상 사람들은 진금眞金처럼 여기고 ‘바로 깨쳤다’고 인가
를 하여 대혜 스님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날뛰고 다녔습니다.
그 무렵 ‘천하 5대사’라는 다섯 분의 선지식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담당
문준湛堂文準 선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대혜 스님이 이 선사를 찾아가며
“천하 사람이 나를 보고 참으로 깨쳤다고 하고 진금眞金이라고 하니 이 스
5) 도겸道謙이 편찬한 『대혜보각선사종문무고大慧普覺禪師宗門武庫』 상권의 77번째 이야기가 담당문준과 대
혜종고의 탁마 일화이며, 원오극근과 대혜종고의 일화는 『대혜보각선사연보大慧普覺禪師年譜』 「1125년
선화7년 을사」조에 실려 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