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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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인들 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병의 물을 쏟듯, 폭
포수가 쏟아지듯 아는 체하는 말을 막 쏟아 부었습니다. 담당 스님이 가만
히 듣고 있다가 “자네 좋은 것 얻었네. 그런데 그 좋은 보물 잠들어서도 있
던가?” 하고 물어 왔습니다. 자신만만하게 횡행천하橫行天下하여 석가보다
도, 달마보다도 낫다 하던 그 공부가 잠들어서는 없는 것입니다. 법력이 천
하제일이라고 큰소리 텅텅 쳤지만 잠이 들면 캄캄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혜 스님은 담당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님, 천하 사람들이 모두 엽전인가 봅니다. 저를 엽전인 줄 모
르고 금덩어리라고 하니 그 사람들이 모두 엽전 아닙니까? 스님
께서 제가 엽전인 줄 분명히 지적해 주시니 스님이야말로 진짜
금덩어리입니다. 사실 저도 속으로 의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
든 것에 자유자재 하지만 공부하다 깜박 졸기만 하면 그만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깨달은 이것이 실제인지 아닌
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담당문준 선사는 크게 꾸짖었습니다.
“입으로 일체 만법에 무애자재 하여도 잠들어 캄캄하면 어떻게
생사를 해결할 수가 있느냐! 불법이란 근본적으로 생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생사해탈을 얻는 것이 근본이야. 잠들면 캄캄
한데 내생은 어떻게 하겠어.”
그러면서 담당 스님은 대혜 스님을 내쫓았습니다. 대혜 스님의 근본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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