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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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病痛을 찔렀던 것입니다.
6)
또 옛날에 경순景淳 선사 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자신의 법이 수승한 듯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잘못하여 넘어져 중풍에 걸렸는데, 그
러더니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법문했던 것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그만 캄
캄한 벙어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법을 아는 체했지만 실지로 바로 깨
치지 못했기에 한 번 넘어지면서 모든 것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때 도
솔혜조兜率惠照 선사라는 이가 행각行脚을 다니다 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는 한탄했습니다.
“한 번 넘어져도 저렇게 되는데 하물며 내생來生이야!
偶一失跌尙如此, 况隔陰耶!”
이 생사 문제는 영겁불매가 되어 억천만겁이 지나도록 절대 불변하여
매昧하지 않아야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넘어져도 캄캄하니 몸을
바꾸면 두말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천하에 자기가 제일인 것 같았던 대혜
스님도 문준 선사가 그렇듯 자기의 병통을 콱 찌르니 항복 안 할 수가 없
었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정진하고 있
었는데 담당문준 선사가 시름시름 병을 앓더니 곧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
서 “스님께서 돌아가시면 누구를 의지해야 하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경
사京師의 원오극근 선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유언을 따라 그는 원오
6) 경순 선사와 도솔혜조 선사의 일화는 도겸道謙이 편찬한 『대혜보각선사종문무고大慧普覺禪師宗門武庫』 상
권의 6번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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