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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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된다. 『오등엄통』은 이전에 출현했던 전등사서의 오등五燈 곧 『경덕전등
록景德傳燈錄』 30권(1004), 『건중정국속등록建中靖國續燈錄』 30권(1101), 『천성
광등록天聖廣燈錄』 30권(1148), 『종문연등회요宗門聯燈會要』 30권(1189), 『가태
보등록嘉泰普燈錄』 30권(1201-1204), 『오등회원五燈會元』 20권(1253) 등의 법
통法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문헌이다. 이것은 비은통용의 서문에
서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비은통용은 정작 임제종만 정통으로 간주하고 있듯이 『오등엄
통』의 내용은 자파의 종파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문헌으로서 그 한계가
노출되어 있다. 이를테면 청원행사의 법맥에 속하는 천황도오(天皇道悟,
748-807)를 부정하고 남악회양의 법맥에 속하는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의 사법제자로 연결하였고, 천복승고(薦福承古, ?-1045)의 운문종 사법을 배
제하여 법맥 이외로 간주하였으며, 원문정주遠門淨柱가 편찬한 『오등회원속
략五燈會元續略』 4권(1648)에 의거하여 조동종 제13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
1228) 이하의 법통에 대해 사승嗣承의 전거가 상세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특별히 『오등엄통해혹편五燈嚴統解惑編』 1권을 저술하여 이들 주
장에 대하여 나름대로 근거를 마련하여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의 상
황은 명대 말기 및 청대 초기, 소위 승쟁시대僧諍時代에 출현한 여러 문헌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오등엄통』에서 보여준 이와 같은 몇 가지 점은 선
종사에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다. 특히 우리나라의 선종사에도 영향을 끼
쳤다. 곧 조선시대 중기 청허휴정의 『선가귀감』을 비롯하여 환성지안의 『선
문오종강요』 및 백파의 『선문오종강요사기』 등에 보이는 임제종만 정통이
라는 견해가 그것이다. 『오등엄통』의 주장에 보이는 선종사적 특징으로서
천황도오와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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