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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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만 살 수 있었다. 선캄브리아기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화석에 의하면 지
구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났던 시기는 38억 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지구상
에 나타났던 초기 미생물의 하나인 남세균cyanobacteria이 퇴적돼서 층상
의 줄무늬 모양으로 퇴적된 화석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하
는데, 호주 서부의 샤크만을 비롯하여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다.
남세균 같은 원시 생명체가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사
용하기 시작한 사건은 지구와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이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방출한 산소에 의해 지구와 지구
생명의 역사는 극적으로 변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산소는 처음에는 바다
에 녹아있던 철 이온을 산화시켜 산화철을 만들었다. 오늘날 존재하는 철
광석 산지의 대부분은 이때 만들어진 산화철이 퇴적된 것이다. 바닷물에
녹아있던 철 이온을 모두 산화시킨 후에도 광합성이 계속됐고, 계속 생산
된 산소는 오랫동안 지구 대기층에 축적됐다.
25억 년 이전의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으므로, 산소 호흡을 하는
생명체도 없었다. 그 당시의 생물은 모두 혐기성anaerobic 미생물이었으며,
이들에게 산소는 유독 가스였다.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혐기성
미생물의 대부분은 멸종됐다. 이는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가장 규모가 큰
대멸종일 것이다.
혐기성 생명체는 멸종했지만, 산소가 풍부해진 상황을 활용하여 신진대
사의 과정에서 산소를 호흡에 이용하는 생명체가 생겨났다. 산소를 이용
하는 신진대사는 무산소 대사와 비교하여 대단히 에너지 효율이 높다. 활
성산소에서 보듯이 산소는 산소 호흡을 하는 생명체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명 세계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택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생명체의 대부분은 모두 이 선택의 후예다. 산소를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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