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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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것은 이교도의 조복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이들의 주된 신앙대상
           인 제석천과 범천이 부처님을 수호하는 장면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스와트의 바리콧Barikot에서 출토된 <사진 3>은 중앙에 나신裸
           身의 태자가 사자다리로 된 상 위에 서 있고, 아기부처님의 두 손은 시녀로

           추정되는 두 명의 여자가 잡고 있다. 두광을 한 태자의 머리 위에는 경전에
           서 언급한대로 냉온冷溫의 물이 섞여 쏟아지고 있다. 물이 든 항아리는 높
           은 관을 쓰고 금강저를 든 향우의 제석천과 긴 머리칼을 어깨에까지 드리

           운 향좌의 범천이 들고 있다. 좌우에는 합장한 인물이 싯다르타 태자의 탄

           생을 찬탄하고 있다. 이것은 『보요경』의 “제석천과 범천이 홀연히 내려와서
           여러 향수로 싯다르타 태자를 목욕시켰다”고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께 설법을 요청하는 제석천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난 후 자신이 깨달은 바가 너무 심오해서 중생
           들에게 법을 설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을 염려해 설법을 주저했다고 한다.

           이때 제석천이 법을 설해줄 것을 청했지만 부처님은 거절했다. 다음으로 범

           천 사함파티가 세 번에 걸쳐 간곡하게 설법해 줄 것을 청하자 부처님은 설
           법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범천이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께 법을
           설해 줄 것을 간청해 전법이 이루어졌다는 ‘범천권청梵天勸請’의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의 권청은 물리치고 범천의 권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기원전 2세기 경 그리스계의 미린다Milinda 왕과 나가세나Nāgasena 스님과
           의 문답서인 『미린다팡하Milindapañhā』와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잘 나타나 있
           다. 『대지도론』에서는 “부처님은 인간 세상에 태어나 대인大人의 법을 부리

           는 까닭에 비록 큰 자비가 있다 해도 청하지 않으면 말씀하지 않는다.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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