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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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상징하는 제석천은 왕이나 무사 계급을 모델로 하였다. 범천은 긴 머리
와 수염 그리고 물병 등을 지닌 수행자의 모습으로, 제석천은 터번이나 보
관을 쓰고 몸에 장신구를 두른 왕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사진 1).
부처님은 제2계급 크샤트리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제석천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 간다라 불전 미술을 통해 제석천과 부처님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아기 부처님 탄생을 돕는 제석천
부처님의 일대기를 미술로 표현한 간다라의 불전미술은 불교의 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부처님의 성도를 상
징하는 항마촉지인이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최초로 등장하였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또한 인도 바라문교의 신들이 불교에 수용된 초기의 예로는
범천과 제석천이 있다.
바라문교의 최고신인 범천과 제석천이 불교에 수용되어 불법과 부처님
을 수호하는 신장이 되었다는 것은, 불교가 바라문교보다 우위라는 것을
은연 중에 간다라 불교도들이 나타낸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 장면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과 표현법이
달라진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다룬 불전경전佛傳經典에는 부처님이 어머니
의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자 사천왕이 제석천이 선의仙衣로 받았다는 내
용이 있다. 남인도 불교도들은 탄생불을 받는 천신으로 사천왕을 선택했
다면 간다라 인들은 사천왕 대신 제석천으로 하여금 아기부처님을 받게 했
던 것이다(사진 2).
높은 원통형의 보관을 쓰고 몸에 장신구를 걸친 제석천은 손에 든 비단
천으로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올 때 정결하여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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