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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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제석천(오른쪽)이 범천(왼쪽)과 함께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장면, 간다라(1세기 경), 미국
                    시카고박물관.


            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씀했다면 외도外道에게 조롱받을 것이므로 처음에는

            반드시 청함을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외도들은 범천을 숭상하는데 범천이
            스스로 부처님께 청하면 곧 외도의 마음도 굴복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4>의 범천권청 장면 속 범천은 수행자를, 제석천은 왕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모습에서 차이가 난다. 범천은 수행자처럼 긴 머리칼은 올려

            묶고 수염은 길렀으며 장신구를 걸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제석천은 터번
            을 쓰고 장신구로 몸을 치장해 왕처럼 표현되었다. 인도 고대 불교미술에
            서는 수행자 풍의 범천과 왕을 모델로 한 제석천의 모습이 정착되어 8세기

            중엽 경 경주의 토함산 석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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